에디톨로지 뜻과 핵심 정리 ( 창조는 편집이다 - 김정운 지음)

[제목] 에디톨로지 리뷰, 창조는 편집이다 (김정운 지음)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머릿속에 '창조는 편집이다? 그렇다면 편집은 다른 말로 짜깁기 아닌가?' 하는 의문이 먼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작가 김정운이 제안하는 '에디톨로지(Editology)'는 단순한 섞기나 그럴듯한 짜깁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훗날 전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도록 영어로 만들었다는 이 편집학은, 편집의 단위와 차원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인식의 패러다임 구성 과정을 심도 있게 펼쳐 보입니다. 이 책이 담고 있는 3부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1부: 지식과 문화의 에디톨로지 (마우스와 하이퍼텍스트)

1부 '지식과 문화의 에디톨로지'에서는 마우스의 발명과 하이퍼텍스트를 핵심 주제로 다룹니다. 마우스라는 도구의 발명이 인간 의식에 가져온 변화를 중심으로, 지식과 문화가 어떻게 편집되는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합니다.

작가는 누구나 천재가 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쥐'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생쥐를 이야기하나?' 싶었지만, 여기서 말하는 쥐는 다름 아닌 컴퓨터의 '마우스(Mouse)'였습니다. 인류가 손글씨를 포기하고 타자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정보를 보다 명확하고 객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판 즉 텍스트의 한계를 넘어 드디어 위대한 발명품인 마우스가 나타났습니다. 마우스, 이 마우스로 인해 정보를 내 책상위에서 손가락으로 얻게 된 것입니다. 내 책상위에서 정보의 세계가 열리게 된 것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마우스를 스티브 잡스가 발명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는 마우스라는 발명품의 가치를 알아보고 판권을 사들인 인물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마우스를 기반으로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를 탑재한 애플 컴퓨터를 만들었고, 이는 '터치'를 기반으로 한 아이팟과 아이폰의 성공으로 이어졌습니다. 인간의 욕구 중 '만지고 만져지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욕구입니다. 어쩌면 아무도 만져주는 사람이 없고 만질 사람도 없는 중년의 아저씨들이 시간만 나면 스마트폰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사랑스럽게 문지르며 유튜브에 푹 빠져 있는 것도 이 기본적인 욕구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부: 관점과 공간의 에디톨로지 (원근법과 권력의 편집)

2부 '관점과 공간의 에디톨로지'에서는 원근법을 중심으로 공간 편집과 인간 의식의 상관관계를 다룹니다. 원근법의 발견이 가져온 혁명적 변화를 살펴보고, 시간을 다루는 역사학에 밀려 그동안 소외되었던 공간 연구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이야기합니다.

흔히 사람들은 관점을 바꾸라고 말합니다. 관점이란 보고 생각하는 위치를 의미합니다. 책에서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흥미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글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는 문화권의 사람들은 시선 이동 습관 때문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정보가 흘러갈 때 더 안정감과 행복함을 느낀다고 합니다. 반면 위에서 아래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글을 읽는 문화권은 세상을 바라보는 순서가 다릅니다. 이처럼 관점이 다르다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순서가 다르고, 나아가 문화가 다르다는 뜻입니다.




또한 책에서는 "권력은 원근법으로 공간을 편집한다"고 말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입니다. 루이 14세는 자신의 시선을 중심으로 규칙과 대칭의 원리를 구현한 정원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시선이 원근법적 소실점의 정반대편에 위치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시선의 주인이 곧 세상의 주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과 풍경들이 사실은 권력과 지배를 위한 구조로 편집된 결과물이라는 사실이 매우 인상 깊었고,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뜨게 해 주었습니다.



3부: 마음과 심리학의 에디톨로지 (인간의 편집과 데이터베이스)

3부 '마음과 심리학의 에디톨로지'는 심리학의 본질에 관한 설명입니다. 먼저 심리학의 대상이 되는 인간, 즉 '개인'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편집되었는지 살펴봅니다. 역사적으로 처음부터 아동이나 청소년, 노인이라는 개념이 뚜렷하게 존재했던 것은 아닙니다. 책은 이러한 개념들이 시대를 거치며 어떻게 편집되고 분리되었는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입니다.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나타내는 '이드(Id)'라는 개념은 사실 프로이트의 순수 창작물이 아니라, '게오르그 그로데크'라는 의사가 처음 만든 개념이었습니다. 프로이트가 모두 만든 줄 알았던 개념의 진짜 출처를 새로 알게 되어 흥미로웠습니다. 그럼에도 프로이트가 대단한 이유는, 그 이전에 아무도 손대지 못했던 인간 심리의 '편집 가능성'을 최초로 열었기 때문입니다.



책을 덮으며: 글쓰기는 창작이 아니라 편집이다

흔히 글쓰기는 무에서 유를 만드는 창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글쓰기 또한 편집"이라고 단언합니다.

성공적인 편집을 위해서는 평소에 데이터베이스(자료)를 잘 분류해 놓고, 필요할 때 자유롭게 꺼내 쓸 수 있는 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작가는 본인이 직접 데이터베이스를 모으는 방법과 함께 메타-인지, 메타-데이터, 메타-메타-데이터를 만드는 법을 자세히 소개합니다. 책에 나온 방법을 차근차근 적용해 본다면, 누구라도 방대한 자료를 쉽게 정리하고 자신만의 새로운 콘텐츠를 편집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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